전 32살 (아내는 30살),결혼 3년차, 슬하에 15개월된 아들이있는 한가정의 가장입니다. 아내와 전 대학시절 캠퍼스 커플이었고, 6년 연애끝에 결혼을 했습니다.
뭐…연애할때는 둘다 직장인이었고 풍족하지 않더라도 크게 부족함없이 잘 지냈습니다. 하지만 결혼후 생활…정말 만만치 않더이다..^^
결혼 3개월 되었을때 아내가 아기를 갖게되면서 직장을 그만두었고, 그때부터 전
바야흐로 한가정의 명실상부한 가장으로서 우뚝 자리매김했습죠..
그러나 둘이 벌다가 혼자 벌어서 생활을 꾸리려니 이거 정말 장난이 아니더이다..크..
정말 허리가 휘청거립니다..(ㅎㅎ)
씀씀이는 쉽게 바뀌지는 않고 생활비는 확 줄어드니…
그때부터 종종 경제적인 문제로 아내와 다투는 횟수도 늘어났고, 사랑하는 우리의
2세가 태어난 후로는 더…흐미..ㅡㅡ;
제 용돈 한달에 20 만원, 교통비 제외하면 순수 14만원임다.
물론 어떤 분들께는 적은돈 아니지만 남자분들 많이들 공감하실겁니다(^^;)
저 친구, 술 무지 좋아라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니까…제 능력이 그거밖에 안되는걸..나름대로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수 밖에…ㅡㅡ;
그러던 중 올 9월 대명절 추석, 주위 경조사 2건 치르고 나니 그 용돈 바로 바닥의
실체를 드러내고 맙니다..(참고로 전 매월 15일에 용돈 받습니다..ㅡㅡ;)
번외의 용돈 만들기에 전전긍긍하고 있던 어느날 정말 오랜만에 대학 동창 모임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반드시 참석해야하는 분위기더이다.(변명인가? ^^)
하지만 제 주머니 사정이 그걸 허락할리 만무하다는게 가장 큰 문제였죠.
적은 생활비로 나름대로 이리저리 쪼개가며 전전긍긍하고있을 아내에게 술값달라
하기도 미안하고…이리저리 궁리하다가 결국 아내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가장 흔하지만 가장 잘 먹힌다는 상가집 이었죠.
온갖 비통함을 얼굴에 품고 아내의 지갑에서 5만원을 받아냈습니다.
맘이 썩 편친 않았지만 어쩔수 없었다고 자기합리화를 시켜가며 전 옷도 쫙 빼입거
(검은 양복에 하얀 와이셔츠가 잘 어울린다고들 하데요..상가집 상황하고도 잘
맞고요..^^)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고싶었던 동창들과 어울려 좋아하는 술 마구 마셔가며 즐거운 한때를보내던 중 뜬금없이 마음 한켠이 묵직히 어두어짐을 느끼더이다.
아내에 대한 거짓말의 죄책감이 저로하여금 더이상 그자리를 지킬수 없게 하더군요.
밤 10 시 30분.. 집앞에 도착해 창문을보니 집안의 불이 모두 꺼져 있었습니다
늘상 그렇듯이 아내가 아기를 재우고 있다 생각하고 조용히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갔습니다. (아내는 제가 상가집에서 새벽이나 되야 들어올거라 알고 있기에
깜짝 놀래켜줄 심산으로…)
역시 문이닫혀진 안방으로부터 아기를 재우기 위한 아내의 자장가가 조용히 흘러
나오고 있더군요. 문을 열고 놀래켜줄려다가 아기가 깨면 제가 더 힘들어 질거같아
전 우선 작은방에 가서 옷부터 갈아 입기로하고 불도 켜지 않은채 몰래 조용히
작은방으로 갔습니다. 작은방에 들어가니 컴컴한 가운데 컴퓨터 모니터만이
작은 빛을 내고 있더군요. 전 천천히 옷을 갈아입으며 무심코 모니터를 힐끔 보았습니다. 근데 화면이 일상적인 인터넷이 아니고 아내의 일기가 있는 문서 화면이더군요. (아내는 문서잠가놓고 컴퓨터로 일기를 씁니다.)
늘 보여주지 않는, 한번도 본적이 없는 아내의 일기이기에 너무 궁금해서 전
천천히 읽어내려갔습니다. (훔쳐보는 일기..넘 신나더군요..^^)
처음엔 아내가 방에서나올시 신속한 대처를 위해 컴 앞에 서서 읽었었지만
거의 다 읽을때쯤 되었을때, 전 이미 의자에 앉아 한손은 입에, 또한손은
흐르는 눈물을 손에 담아 옷자락에 문지르기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 아내의 일기 –
오늘은 지영이 생일이었다.
몇일전부터 우리 5공주파가 모이기로 약속된 날이었다.
하지만 난 오빠의 낡은 와이셔츠가 자꾸 눈앞에 아른거려 거액(?)의 회비를 내며
모임에 참석한다는것이 오빠한테 너무 미안했다.
다 닳아 헤어진 와이셔츠를 입고 출근하면서도 늘 내게 밝게 웃어주면서 인사하는
오빠.. 아침마다 행복하다, 아침마다 뿌듯하다…이런사람과 결혼했다는 사실이..
그런 오빠의 모습이 오늘 나를 나쁜 친구로 만들었다 (히히)
지영이 선물값으로 오빠가 좋아하는 소고기 무우국과 맛난 반찬거리들을 샀다.
지영이한테 미안하지만 내겐 오빠의 건강하고 밝게 웃는 모습이 더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지영아 정말 미안 (^^) 아즈메라서 그런가…
내일은
아~~ 전 정말 나쁜 남편인가봅니다. 아니 나쁜 남편입니다.
여기까지 쓰다 우리 아기가 울었나봅니다. 아마도 헐레벌떡 뛰어간듯..
이 일기 ..제 일기장에 옮기기 위해 얼른 복사해놨슴다 ( 나중에 고백거리 얘기할때 놀려줘야죠..^^)우린 차가 없습니다. 놀이동산에 갈때에도 아내와 전 아가를
들쳐업고 여기저기 잘도 돌아다닙니다. 놀이 동산 주차장을 지나가면서
지금 막 주차한 차에서 우리와 비슷한 가족이 내릴때 전 부러워 쳐다보지만 아내는 이렇게 제게 말합니다.
” 하늘아래 볼게 얼마나 많은데..차 타고 다니면 너무 빨라서 잘 보지도 못하잖아..
오빠, 우린 절대 차사지 말자.. 난 차가지고 놀러다니는 사람 이해할수가 없어 “
아내 역시 왜 안힘들겠습니까…제 자존심 다치지 말라고 , 경제적인 어려움에 기죽지 말라고 하는말 왜 모르겠습니까.. 이런 제 아내입니다.
세상에 둘도없는 사랑스런 내 아내입니다. 비록 지금은 아내의 두발을
편하게 해주지 못하지만, 맘의 두발은 평생 가볍게 해주리라 다짐합니다.
아무튼 전 일기을 다 읽은 후, 책꽂이에 꽂혀있는 토플책을 빼냈습니다.
책 중간에 경계가 지어진 곳을 한번에 펼쳐 돈을 꺼내보았습니다.
언제부턴가 아내 몰래 담배끊고 하루에 천언씩 모아둔 돈이
7만 2천언 이더이다. (^^;;)
이번주 중에 늘 아이쇼핑만 하던 백화점에 가서 과소비함 해야할거같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어떤 선물을 좋아할런지 너무 고민되네요…(^^;)
(먼훗날 아들이 한여자를 보여주며 결혼을 얘기할때 전 아내의 일기를
보여줄랍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너의 여자도 이 여자만큼 널 사랑해줄 수 있느냐고..)
회사에서 한가한 틈을 타 네이트에서 읽은 글인데.. 이거보고 울었어.. 우리도…이렇게 사랑하면서 살자 생각하면서
~.~
와락 부비~
바로 퍼감.. 아 슬프다.
퍼감돠~~